투수의 자질, 그리고 홍상삼 선수.

# 1.
투수 이상훈이 긴 머리칼을 날리며 전성기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경기 도중, 타자가 친 타구에 이상훈이 강하게 맞았다.
다행히 공은 야수쪽으로 향해 타자는 1루에서 아웃.
이상훈이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모두의 눈은 이상훈에게로 향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관중들은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강습타구에 맞은 투수는 타자가 1루에서 아웃되는 모습을 보고는 무작정 덕아웃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엄청 빠르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뭐야 하나도 안아픈거야?

경기가 끝난 후, 한 기자가 왜 그렇게 덕아웃으로 빠르게 달려갔는지 이상훈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상훈 왈.
"투수가 상대가 보는 앞에서 아픈척 하면 안되잖요."

# 2.

2004년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보스턴 투수 커트 실링의 모습이다.
핏빛 투혼.
부상에 고통스러워도 고통을 참으며 마운드를 지켰다.
물론 후에 이것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사실 여부는 확실치 않다.


내가 위의 두가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야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를 얘기하고 싶어서이다.
투수는 상징적으로 중요한 포지션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 투수라고 할까.

나이가 많건 적건 한 팀의 투수로 경기에 나선다는 것은 팀을 리드하는 입장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 공을 던져 상대 타자들을 요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을 리드하면서 같은 팀원들에게 정신적 지주로서의 위상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상훈이 마운드로 뛰어 들어간 이유는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아파하는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면 상대의 기세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같은 팀원들에게도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상훈은 팀에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커트 실링의 핏빛 투혼은 분명 보스턴 선수들에게 투혼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승부에서 그의 빨간 양말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겠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얼마전 동대문 야구장에서 봉황대기 결증전이 있었다.
충암고와 덕수고의 대결.
충암고의 선발은 이번에 두산에 지명된 홍상삼(아래) 선수였다.

경기를 중간부터 보았는데 역시 야구의 백미는 투수전.
두 팀간의 경기는 결승전답게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9회초까지 1-0.
이제 한 이닝만 막으면 충암고의 승리였다.
9회까지 충암고의 마운드에는 홍상삼 선수가 있었다.
투구 폼은 쓰리쿼터 였으나 공을 감추며 던지는 형태라 타자에겐 일반 투수들보다 조금 더 어려워 보였다.

2지망에 뽑힌걸로 보면 전국구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닌 것으로 추측되었으나(나는 고교 야구를 거의 안본다)
140을 넘나드는 빠른 직구와  3볼 이후에도 커브를 던지는 등 커브 제구력도 좋았고 슬라이더의 각도도 좋아보였다.
9회에도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경기가 이대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2아웃 이후에 덕수고의 행운의 2루타와 적시타로 경기는 동점.
충암고로서는 땅을 칠만한 상황이었다. 누가보더라도 끝난 상황이었는데 얼마나 아쉬웠겠는가.
나는 3자 입장에서, '이거 재밌네'하면서 채널 고정하고 계속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런데 홍상삼 선수가 이상하다.
2루 주자가 홈으로 달려와 세이프 되자 홍상삼 선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땅을 치며 울듯한 표정을 짓는게 아닌가.
어라, 거기에 한술 더떠서 우익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마구 나무라고,
어어어, 게다가 욕도 한다.(분명!)
우익수가 뭘 잘못했지? 리플레이를 계속 보는데 우익수 잘못은 없다.
물론 수비 위치를 잘 잡았다면 아웃시킬 수 있었겠지. 근데 그렇게따지면 아웃시킬 수 없는 공이 어디 있나.
우익수가 공에 대쉬해 슬라이딩 했다면? 그럴만한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다 공을 뒤로 흘리기라도 하면 타자주자까지 득점포지션까지 보내는데!
저 선수 왜이러는거야-_- 나는 어안이 벙벙.

같은 팀 선수들이 다가와 홍상삼 선수를 다독이고 일으켜 세우려 해도 계속해서 땅을 치며, 울며, 우익수를 바라보며 꿍시렁 거린다.
겨우겨우 마운드로 돌아가서도 계속해서 얼굴은 울상이며, 공 하나하나 던질때마다 표정이 가관이다.
세상에.
경기가 끝난 것도 아닌데...이제 동점이고 앞으로 연장전이 계속 될텐데...



다행히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 하기는 했지만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도 진상.
당연히 그 후 덕수고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충암고의 분위기는 바닥으로.
10회, 11회 덕수고 타자들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지만, 기가 막힌 수비가 두어차례 나왔고 분위기는 덕수고쪽으로.
충암고는 경기에서 져야했다.

결과적으로 충암고가 우승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덕수고의 투수력이 고갈돼서 어부지리로 승리한거지, 충암고가 잘 해서 이긴건 아니다.
분명히 말하건데, 충암고는 져야 마땅했다.


경기를 다 보고 여러 생각을 했다.
좀 재미없게는 한 집단에서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른 면에서는 이 선수 잘 될수 있을까 하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등학교 야구는 아마야구라고 불리지만
미래에 야구선수가 될 작정이라면 야구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선수는 프로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그런 면에서 홍상삼 선수는 자격 미달이다.
이런 식이라면 팀에 적응도 못할뿐더러, 관중들에게도 사랑받는 선수가 될 가능성은 없다.

앞으로 프로에 가서 많이 보고 배우겠지만
새로운 구질을 배우기 전에, 주자 견제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정신적인 것부터 제대로 배우기를 바란다.
by Vitaebella | 2007/08/27 00:27 | @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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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ubby at 2007/08/28 15:41
그 때 말한 그 동영상이구나
홈송구 들어오는데 베이스커버도 안 들어갔었네~
경기는 재밌었겠다~ ㅎㅎ
Commented by 커플중딩 at 2009/05/02 17:46
커플중딩모텔 요즘 장난아니네요;
닉네임 클릭해서 일단와보세요
낚시,광고 아니에요
조회수 한번올려준다 생각하고 와보세요!
진짜 뭐 홍보같은거 아니고 공짜로
[카인과아벨,내조의여왕,남자이야기](스샷있음!)
영화랑 예능같은것도 다 있어요
Commented by Vitaebella at 2007/08/28 17:53
subby
/경기는 재미있었죠~ 역시 야구는 투수전 ㅎㅎ
베이스커버도 안들어가고-_- 투수도 적잖이 당황했던듯.

충암고생
/ 아, 제가 이글루스에 익숙치 않아서 실수로 님의 글을 지웠습니다. 일단 그건 죄송하구요.
다시 오실걸 생각해서 리플을 답니다.
글을 모두 읽고 전체적으로 이해하셨다면 당연히 아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충암고가 져야 마땅했다 라는 것은 충암고가 져도 할말이 전혀 없는 경기였다. 라는 뜻입니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 싶군요.
전 충암고에 대해 어떠한 감정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상대팀인 덕수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학교를 무척 사랑하시나 보군요. 우승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 at 2009/05/02 20:32
투수력이 고갈되서 어부지리 승리?? ㅋㅋㅋ 말이 되는 소리인가?? 난 충암고하고 아무 관련없는 사람이지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투수력 안고갈되면 질팀이 어딨나?? ㅋㅋㅋㅋ
투수력이 고갈된 팀이 야구에서는 바로 약팀이요 알겠습니까?? 어부지리란 말은 안어울리는말이고..
그냥 얄미웠다 하세요~~~
Commented by 하하하 at 2009/06/15 14:03
맞아요 ㅋㅋ
제가 저때 충암고에 재학중이고 응원을 갔었죠.
저희학교가 덕수고의 투수력이 고갈되서 어부지리로 승리했다고요??
저희가 다 이긴경기를 연장으로 가서 사기까지 떨어졌는데 그때 득점을 하지 못한 덕수고는 잘하는팀인가요??
어떻게 져야 마땅한 경기라고 할 수 있죠?
Commented by 레드아이 at 2009/05/02 21:31
2아웃이후에 주자가 2루가는 과정이 우익수 에러때문 아니었나요? 그래서 감정제어가 안되었던듯 한데...ㅋㅋ 어쨋든 욕하고 짜증내는게 많이 어리다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zzzz at 2009/05/02 21:31
여기 글쓴이분은 마구마구에서 캐쉬질러서 체력회복제 이빠이사셧나보죠 ㅋㅋ
Commented by ㅋㅋㅋ at 2009/05/03 21:27
야구보는 눈은 없으시네요... ㅎㅎ
우익수가 대쉬하면서 잡아서 송구 해야 되는 상황이죠.
공을 기다리는 것과 한발앞에서 잡는 것의 차이.
오히려 기다리고 뒤로 물러 나서 잡았으니..
송구거리를 -1 만들수 있는것을
+ 3-4로 만든것 같네요 ㅎ

암튼 결국 리더쉽없는 프로자격미달의 이선수는
2년후 프로 첫 경기에서 5이닝 7삼진으로 화려한
선발승으로 데뷔합니다.

결국 감정 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건데...
어떤 투수가 될지 궁금하군요.ㅎㅎ
포스트 잘봤습니다.
Commented by 웃기네 at 2009/05/09 08:20
전후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저 장면에서 우익수에게 뭘 바래야 되는데...? 공이 오는데 일부러 물러나면서 잡는 야수도 있냐?

노바운드로 잡느냐 원바운드 처리냐 차인데 슬라이딩이라도 해서 노바운드로 잡았으면 모르되, 원바운드 판단하고 잡으니까 저렇게 잡은거구만....공도 완전 가운데 높은공 실투 들어가 놓고 뭘 어쩌라고
Commented by 윗분... at 2009/05/26 18:31
아뇨, 확실한 우익수의 타구판단미스입니다. 대쉬한다고해서 꼭 노바운드로잡아야하나요?? 숏바운드로 잡았다면 스텝밟기도수월했고 주자는 3루에묶였을겁니다. 노바운드 아웃을시키던, 원바운드로 홈송구를하던 낙구지점까진 따라가봤어야하는게 맞습니다. 한두발짝 주춤대며 물러난건 실책성 플레입니다
Commented by 제가보기엔 at 2009/05/29 10:04
글쓴이 분이 글을 쓰신건 우익수가 판단미스이건 판단미스가 아니건간에-
투수는 저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뜻인것 같네요-
제가보기엔 우익수는 노바운드, 원바운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노바운드 캐치가 안될것 같으니
쉬운 바운드에 맞추려 물러난 듯 싶습니다.

만약 여기서 노바운드로 잡으려 슬라이딩하다가 놓쳤으면 경기를 졌을것 같다고 생각되네요- 분위기는 넘어가고 거기다가 스코어링포지션에 투수가 흥분해있다... 힘든 상황이었겠죠- 외야수의 숏바운드 처리는 생각보다 쉽게 나오는 장면이 아닙니다. 아주 어려운 플레이라고 봐야죠.

결과적으로 우익수는 타구판단 미스를 했고- 달려 나오면서 원바운드 처리 후 홈송구를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저 경기를 생방으로 보기는 했습니다만, 9회말에 나온 타자가 침착하게 만들어낸 깨끗한 안타라고 보입니다. 결국 투수와 타자의 싸움에서 타자가 이긴것이지요. 저건 투수가 일부러 외야플라이를 유도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투수는 한 경기를 지배하는 위치입니다. 게다가 홍상삼 선수는 저 당시 고3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팀 내에서는 고참선수입니다. 야구는 혼자하는 경기가 아닙니다. 프로야구에서 고참선수는 출전하지 않더라고 덕아웃에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정신적 지주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홍상삼 선수가 욕을 한 것도 좀 보기 싫었고, 그리고 다수가 한팀이 되어 만들어나가는 경기에서 남을 탓한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딱봐도 at 2009/07/24 22:52
우익수가 스탭 한번 더밟았네요.. 화낼만 한데요..
Commented by rapper at 2009/08/21 09:59
TV중계하는지 몰랐었답니다.
방송에 나가는줄 알았다면 자제했겠죠...

입장바꿔 생각해봅시다.
자기가 그 상황의 투수라고 생각해보세요..

동대문구장에서의 마지막 - 뭐 이런건 제껴두고라도...

결승입니다.. 거기에 1:0 우승을 앞둔 투아웃 상황입니다.
그 상황에서 연이은 우익수의 실책성 플레이로 동점이 됩니다.
위에서는 앞선 2루타가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앞선 2루타도 평범한 플라이성 타구의 실책성 2루타입니다.

이정도 상황이라면 사람 성격에 따라 표현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정말 화가 머리꼭지까지 날 상황인건 맞는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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